남자 나이 50,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2013. 4. 5. 10:02다독다독, 다시보기/생활백과





그들도 위로가 필요합니다


얼마 전 출판마케팅과 관련된 자료를 뒤적이다가 흥미로운 문구 앞에서 눈길이 멈췄습니다. 바로 ‘50대 남자는 공항에서 책을 산다’라는 독특한 문구였죠. 이는 <남자 나이 50>이라는 홀거 라이너스의 책이 ‘공항 베스트셀러’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구절이었습니다. 50대 남자라는 ‘특수한’ 계층을 타깃독자층으로 선정한 이 에세이는, 놀랍게도 20퍼센트 이상이 공항서점에서 판매되는 이례적인 현상을 몰고 왔습니다. 



말인즉슨, 50대 비즈니스맨들은 출장 중에 이 책을 사들고 업무를 위해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잠시의 위안을 얻는 다는 것이지요. 음, 꽤나 흥미롭군,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불현 듯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네 아버지들도 위로와 위안이 필요하구나. 실천적인 매뉴얼이나 지침도 좋지만 그들 역시 잠시 쓸쓸함을 달래고 마음을 토닥여줄 글들이 필요하겠구나. 



저는 아직 살아보지 않은 ‘중년’의 나이를 이렇게 떠올리곤 했습니다. 경제적 풍요, 심리적 안정, 날선 현실감각과 연륜으로 똘똘 뭉쳐 커다란 흔들림 없이 의지대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되는 나이.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그것이야말로 나이에 관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년이란, 나이듦에 대한 회환과 지난 삶에 대한 후회와 쓸쓸함이 본격적으로 몰려드는 나이이며, 따라서 그들 역시 타인의 관심과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나이일 텐데 말이지요. 




후반생을 준비하는 나이, 50


한 때 출판계에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큰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서른은 새로운 시작의 나이이지만 그만큼 흔들림 많은 불안정한 나이임을 내세워 이 시대 수많은 ‘서른들’의 공감을 얻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50이라는 나이는 어떨까요? 


중학생이나 그보다 더 큰 자녀를 두고 있으며, 지금껏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은 나이 50. 그들에게는 아직 책임져야 할 자녀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만 바라보며 살아온 늙은 부모가 있을 것입니다. 은퇴 후의 시간들을 혼자 고민해야 할 것이며, 이전만 못한 건강도 염려해야 하겠지요. 가정과 직장의 틀에서 쉼 없이 달려온 나이, 50대 남자의 자화상입니다. 여전히 어깨에는 번쩍 들어 올릴 수도, 바닥에 내릴 수도 없는 무거운 짐들이 둘러져 있는 것입니다.   



<남자 나이 50>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진짜 인생이 시작됐다’입니다.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나요? 지금까지 그들의 삶이 가족과 사회를 위한 헌신과 희생의 일로였다면 이젠 스스로의 진정한 행복을 고민해 볼 나이가 바로 50이라는 거죠. 저자 홀거 라이너스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출처-yes24]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모습으로 나타나는 다른 사람들의 나에 대한 이미지나 흔적, 우리 자신의 처신도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 나이 50이 된 때이다.”



여전히 의무와 책임에 몸도 마음도 무겁겠지만 지금이야말로 뒤를 돌아보고 앞을 계획할 때라는 것이죠.

 


이렇듯 이 책은 50대 남자들의 ‘진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진지한 성찰과 사색의 길로 인도합니다. 물질적인 준비와 건강관리 같은 표면적인 준비만을 탈피, 가장 중요한 인생의 의미를 찾는 준비를 시작하자고 말하는 것입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50대는 인생의 중간결산표를 작성해야 할 때인 것이지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얻어낸 미래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나아갈 삶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바로 그 시기입니다.



책의 저자는 건축가 겸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남들이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50의 나이에 제 2의 인생을 제대로 설계한 인물입니다. 작가로의 변신을 아주 성공적으로 꿰찬 것이죠.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오십대를 만나며 그들이 고민하는 진지한 화두들을 책에 실었습니다. 솔직담백하고 철학적인 언어로 희망의 메시지를 풀어낸 것입니다. 50대 남자들의 비전, 가족, 정치, 종교, 죽음의 문제까지. 책이 정확히 50대 남자들을 타깃으로 기획되었다지만 이 책은 그들을 아버지나 삼촌, 남편으로 둔 전 세대가 읽어도 참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이 곧 이해라는 공식이 사실이라면, 그들을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서는 더 깊이 공부해야함은 당연한 것이겠죠.



언뜻 다음에 소개할 책도 비슷한 내용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바로 모리야 히로시의 책 <남자의 후반생>이 그 주인공입니다. 역시 중년남성을 위한 감성에세이냐고요? 이 책의 타깃독자 역시 50대 남성들이겠지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출처-yes24]



이 책은 중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 스물 두 명의 멋진 후반생을 통해 인생의 후반부에 관한 삶의 지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돼지를 키우며 마흔이 넘어 공부를 시작해 예순이 넘어 승상이 된 공손흥, 역사서를 위해 사형 대신 치욕스런 궁형을 선택한 사마천, 무능한 군주 밑에서 평범하게 살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영입하여 그의 신하가 된 법정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고난과 좌절을 딛고 역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 인물들 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멋진 만년을 연출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남은 인생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데 필요한 길잡이는 물론 삶을 아름답게 완주해내는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평균 수명이 80세이 달하는 2013년 현재, 50이라는 나이는 중간 쉼터 쯤 온 단계인 것 같습니다. 이제 이 쉼터에서 지나온 날들만 그리워하며 살아갈 것인지, 나아갈 길을 새롭게 그려볼 것인지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겠죠. 결론이 무엇이건 간에 우리 모두는 중간 쉼터에 온 그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껏 흘린 그들의 땀과 눈물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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