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3. 09:52ㆍ다독다독, 다시보기/영자신문 읽기
영어로 된 기사를 읽을 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읽는 방법을 정독(intensive reading)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정독하는 요령, 특히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정독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물론 다독(extensive reading)도 정독만큼 중요하고 효율적인 방법인데, 다독은 다른 기회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예전에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할 당시 읽었던 책 사진 한 장 투척합니다. ^^
▲영문학과에서 공부했던 ‘클라리사’ 직찍
갑자기 영어신문 활용에서 영문학책 페이지가 왜 나오느냐고요? 그것도 517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클라리사’(Clarissa)라는 영문학 소설책은 마음의 준비가 부족하시다고요?
어떤 심정이실지 물론 이해합니다. ^^
특히 영어단어를 보면 머리가 아파오시는 분, 작은 영어단어가 여백도 없이 가득 차 있으면 울렁증이 도져 주변에 있는 커피전문점으로 달려가고 싶은 분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 글에서 설명할 정독의 핵심이 저 사진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나중에 재료를 ‘소설’에서 ‘신문’으로만 바꾸시면 되거든요.
<표시, 요약, 정리>
일단 사진을 잘 보시면 노란색, 파란색의 형광펜으로 표시한 부분이 있습니다. 포스트잇으로 따로 메모한 부분도 있습니다. 최소한 수십 개의 다른 페이지에 부착한 포스트잇 메모도 보이고요, 일부 문단 옆에는 잘 모르겠지만 뭐라고 메모한 내용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하는 정독의 결과는 위의 사진 정도의 밀도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저 소설은 1748년에 출간된 소설로, 사무엘 리차드슨이 저자이며 영어로 쓰인 소설 중에서 가장 긴 소설 중의 하나입니다.
Clarissa, or, the History of a Young Lady is an epistolary novel by Samuel Richardson, published in 1748. It tells the tragic story of a heroine whose quest for virtue is continually thwarted by her family, and is one of the longest novels in the English language.
출처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Clarissa
실제로 저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때 마치 지구에서 안드로메다까지 비행기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ㅜㅜ
그럼에도 하여간 끝까지 저렇게 메모하고 줄 쳐 가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영자신문의 기사를 제대로 읽고 분석하고 단어와 표현을 정리할 때 같은 방법을 사용합니다.
영문학을 전공하시거나 자신의 인내력 시험을 하고 싶은 분이 아니라면 저렇게 긴 소설보다 1시간 이내에 정독을 할 수 있는 영자신문 기사를 선택해서 시도하시기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영자신문으로 정독을 할 때 필수적인 원칙은 3가지입니다.
1) 표시하라
‘참해 보이는’ 기사를 하나 정해서 가위로 자르거나, 복사해서 노트에 붙입니다. 그리고 1차 읽기에 들어갑니다. 이때 너무 세세한 부분에 신경 쓰기보다 편하게 그냥 한 읽는다는 심정으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읽을 때 핵심은 정독의 핵심과정 준비를 위한 ‘표시’를 해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모르는 단어나 구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키워드, 핵심 구절 등에 형광펜이나 기타 자신이 선호하는 필기구로 표시합니다.
단어는 녹색으로 밑줄을, 키워드는 동그라미, 핵심 구절을 노란색 형광펜 표시를 하는 등으로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서 표시하시면 좋습니다.
다 표시하셨나요? 그럼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모두 찾아서 뜻을 바로 단어 근처에 적습니다. 문맥에 따른 뜻을 찾는데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가장 일반적인 뜻을 찾아서 적습니다. 모두 적으셨으면 1번 과정이 무사히 끝나게 됩니다.
2) 요약하라
이제 본격적인 정독인 2번 과정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혹시라도 위의 1번 과정을 안 하신 분들은 (설마 이걸 눈으로 보기만 하고 글을 보면서 직접 해보시는 분이 적거나 없으면 제가 슬퍼집니다. ㅜㅜ) 다시 1차 읽기를 하시면서 표시하고 2번을 읽어주세요.
2번 과정의 ‘요약’은 일종의 초벌 읽기를 통해서 모르는 단어를 모두 찾은 상태에서 이제 의미를 파악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의미파악에는 요약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내용 요약’을 해야 정독하는 영문 기사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는 구체적인 요령은,
- 1-2 문단 단위로 핵심 내용을 요약한다.
- 신문 기사의 여백을 활용한다.
- 긴 문장보다 간단하게 키워드나 한두 개의 단어로 문단을 요약한다.
- 문단의 핵심 키워드나 문장을 형광펜으로 표시한다.
- 한글이나 영어 본인이 편한 언어로 요약한다.
이렇게 요약하는 과정을 통해서 문장의 의미와 문단의 핵심적인 메시지(main idea)를 파악하게 되고 영어독해력의 기초체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같은 기사를 2번 읽어 나가는 것이지만 1번과 2번의 읽는 목적과 과정의 기능이 전혀 다릅니다. 1번에서는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면서 전반적인 기사의 내용만 파악하는 것이 목표지만, 2번에서는 기준을 문단으로 내려서 문장과 표현들이 결합해서 어떤 문단의 의미를 형성하는가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1번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았기 때문에 단어에서 일단 크게 막히지 않고 의미를 찾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각개격파’인 것이지요.
대부분 기사는 이렇게 2번 읽으면 전체적인 기사의 내용과 세부적인 내용과 표현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다른 목적을 가지고 2번 같은 기사를 읽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집니다. 바로 여기서 정독이 다독과 다른 점이 느껴집니다.
모른다고 그냥 넘어가고 잊는 게 아니라 지나가려던 무심한 영어단어와 이디엄, 문장, 구문들의 팔을 부여잡고 ‘의미’를 내놓으라고 전투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꽉 잡으시고 흔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문단마다 신기하게 ‘의미’가 보이실 것입니다.
이런 전투 상황에서 아군은 바로 영한사전, 한영사전, 영영사전, 인터넷검색 (구글, 위키피디아)입니다. 아군을 잘 활용하셔서 문단 별로 의미를 잡아내 보시기 바랍니다.
3) 정리하라
공부를 평소에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위의 1번과 2번을 설명해 드리면 3번을 자동으로 하십니다. 다독다독 칼럼을 읽으시는 분 중에서는 극소수겠지만, 혹시라도 3번을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해 드리자면 정독해서 읽은 기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정리’ 단계입니다.
위에 처음 설명해 드릴 게 노트에 복사한 기사나 원문 신문기사를 붙여달라고 제가 말씀 드린게 사실 이 3번 과정 때문입니다. 이제 노트에 본인이 읽고 표시하고 요약하면서 알게 된 유용한 표현과 문장을 번호를 붙이면서 정리합니다. 의무감에 아무 단어나 노트에 적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나중에 영작이나 회화에 가능한 표현 중심으로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3번째 읽기를 하셔야 하지요. 다시 읽으시면서 본인이 적은 단어 뜻과 요약 키워드, 핵심 문장 등을 검토하면서 최종적으로 ‘암기’할 표현 들을 추려내서 노트에 정리하는 것입니다.
다시 단어와 뜻을 적으셔도 되고, 아니면 한글 뜻은 이미 적어서 알고 있다면 영영사전의 뜻을 적으면서 정리하셔도 좋습니다.
[요약]
1) 영자신문, 정독과 다독이 가능한데, 세밀하게 읽는 정독을 시도해 보자
2) 눈에 들어오는 ‘참해 보이는’ 기사를 찾아서 노트에 붙인다.
3) 1회 읽기에서는 모르는 단어를 표시하고 적는다.
4) 2회 읽기에서는 문단 (1-2개)별로 요약한다.
5) 요약은 긴 문장으로 하기보다 한두 개의 단어로 한다.
6) 한글이나 영어 편한 쪽으로 문단을 요약 한다.
7) 전체적인 요약이 끝나면 활용도가 높은 단어와 표현, 문장을 노트에 따로 정리한다.
8) 주기적으로 정독하고 공부한 내용을 다시 복습하고 따로 추출한 표현들은 계속 외워나간다.
평소 영자신문 기사를 빠르게 읽는 다독자료로 주로 사용하시는 학습자분의 경우 오늘 한번 정독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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