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난민의 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릴까?

2013. 6. 20. 09:55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오늘 6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 입니다. 세계 난민의 날은 난민협약의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고, 난민보호라는 국제 사회의 책임을 전세계가 공유하는 날입니다. 또한 세계 난민의 날 행사를 통하여 난민의 어려움과 난민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유엔난민기구와 여러 비정부기구들의 활동을 알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배고픔과 굶주림을 겪어보지 못했다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에서는 세계의 작은 목소리에 더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숙한 시민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세계의 아픔 이해하기


진정 성숙해 진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나’ 중심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생활해 왔다면 이제는 ‘너’와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애쓰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곧 성숙해진다는 의미는 아니지요. 생물학적인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나만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너’와 ‘그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타인은 이웃사촌이 될 수도 있지만 넓게 말해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 즉, 제 3세계에서 가난과 자연재해 등에 고통 받으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그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또 한편으론 세계를 배우는 일이고, 내가 성숙해지는 일이며, 발전된 사회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만약 누군가 ‘자, 오늘은 제 3세계 국가의 기근문제에 대해 살펴볼까요?’라고 접근해 온다면 움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흥미롭겠다는 생각보다는 지루하고 어려울 거라는 판단이 앞서기 때문이죠. 저 역시도 그랬지요. 부끄럽게도 그 문제에 대해 왜 알아야하는지 그 필요성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와 관련된 책을 읽을 리도 만무했고요. 그러다 어느 날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제목부터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내용 자체도 편지형식으로 되어 있어 쉽고 간단해 보이지 않겠어요? 알아듣지 못할 어려운 용어들만 잔뜩 늘어놓는 책을 만났더라면 어쩌면 영영 제 3세계 국가의 가난과 식량 문제 따위는 관심 밖의 일로 남을 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이 책이 그 편견을 깨뜨려 주었고요. 


이 책은 일단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잊고 살았던 빈곤, 제 3세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출처- 교보문고]




세상의 이면을 응시하는 눈 갖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왜 서방국가에서는 비만과 음식 쓰레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지구 반대편에서는 날마다 배고픔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인지. 하루에 10만 명씩, 매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한 해 700만 명 이상이 비타민 및 영양부족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하지요. 그러나 이렇듯 전쟁보다 굶주림으로 죽는 인구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전쟁이나 환경파괴, 에이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왜? 왜일까요? 학교에서조차 기아문제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기아문제에 대해 서서히 무감각해져갔습니다. 이 책의 저자 장 지글러(유엔 식량특별조사관)가 책의 서두에서 지적했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기아의 실상은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은 듯합니다. 부자나라의 국민들은 한 쪽에서 배고픔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문제, 해결 불가능한 문제라고 단순히 치부해 버리는 것이죠. 그것은 놀랍도록 잔인하고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저 자신도 기아문제에 얼마나 무지 했는가 새삼 절감했습니다. 기아문제는 그냥 먹을 것을 제공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국제기구와 민간단체의 지속적인 원조가 결국은 기아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이죠. 기아문제는 먹을 것을 나눠준다고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정치적, 경제적 정책과 사회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대한 문제,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함께 나누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을 깨달았습니다. 기아문제를 외면하는 세상의 이면에는 그 심각성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이나 욕망만을 챙기는 또 다른 국가나 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고요. 이 책을 접하지 못했다면 그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하고 영영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을 일입니다. 이토록 휘황찬란한 21세기에 배고픔을 안고 죽어가는 사람이 하루에 10만 명이라는 사실을 그저 남의 일로 치부하고 눈 감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배고픔의 숙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라도 말이다. 부족한 것은 연대감이며, 국제 공동체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하는 진짜 의지이다."



이 책의 저자 장 지글러는 ‘기아로 인한 떼죽음은 참으로 끔찍한 반인도적 범죄’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에서 그는 이 책을 저술했다고 밝히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음을 알기 때문에. 



"그런데 더욱 비참한 것은 배고픔의 저주가 세대에서 세대로 대물림된다는 거야.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수백만의 엄마들이 매년 지구 곳곳에서 수백만의 건강하지 않은 아이들을 낳고 있어.


비극은 끝없이 반복되고 있어. 제3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자연재해, 기근, 종족 분쟁은 선진국의 정부나 국제원조 기구, 국제여론 등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희생자들은 점차 망각의 제물이 되고, 문제 자체의 존재마저 잊혀버리지. 그리고 깊은 고독 속에서 죽어가게 돼. 처음에는 강했던 국제적인 연대감도 시들해지고.


'구조적 기아' 는 간단히 말해서 외부적인 재해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구조로 인해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란다."

 


책을 읽으며 처음에는 충격이, 이후 분노가, 마지막엔 슬픔이 뒤따라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참 다행입니다. 우리에게 이러한 사실을 폭로해 주는 용기 있는 자들이 있어서. 그리고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기 때문에.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지구별의 기아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배워보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일 듯합니다. 



본문에 소개한 도서

- 장 지글러ㅣ<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ㅣ갈라파고스


참고도서

다나카 유 外 ㅣ<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ㅣ알마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