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과 처음 만난 저널리즘, 그 미래가 열리려면

2016. 6. 14. 11: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김민성, 한경닷컴 뉴스랩 팀장



가상현실(VR)이 차세대 모바일 혁명의 총아[각주:1]로 주목받지만 영화, 드라마, 의료 등 응용 산업 영역을 넘어 저널리즘과 동거하기는 쉽지 않다. 엔터테인먼트적 소재는 많지만 뉴스 VR소재는 제한적이다. 영상뉴스 제작자들의 오랜 고민처럼 VR로 촬영했을 때 그 가치를 발하는 콘텐츠는 실제 많지 않다. 인터뷰를 360도 카메라에 촬영한다 한들, 꽃 피고 낙엽 지는 광경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다 한들 이 비판과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이런 평범한 장면을 굳이 360도 카메라로 찍어야 해? ?


VR화각과 딱 맞아 떨어질 뿐만 아니라 뉴스적 가치까지 있는 취재 대상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일반 스틸 카메라와 영상 장비로도 무방한 취잿거리를 굳이 360도 카메라를 동원해 어렵게 촬영하고 편집하는데 공수[각주:2]를 들일 이유는 없다. 독자에게 잠깐 특이한 화각을 선사할 수는 있어도 뉴스에 대한 독자의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페이스북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 도처에 자극적인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경닷컴 뉴스랩(뉴스래빗)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도 ‘VR’이 아닌 ‘VR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학술잡지 <신문과 방송>이 올해 1월호 동영상 뉴스, 가상현실(VR) 저널리즘의 현황과 과제에서 국내 언론사 최초의 VR뉴스로 꼽은 뉴스래빗의 '아수라장 조계사… 생생한 360도 현장감'(2015.12.10.)은 그 고민의 실마리를 푼 계기였다.

 


#VR뉴스, 시청자의 다각적인 관점을 제공

 

당시 조계사에 은신하던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경찰에 인계되는 과정을 마치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360도 카메라에 담은 보도물이었다. 한 위원장이 호송되자 취재진 백여 명이 일제히 카메라 세례를 퍼부었고, 전투경찰 수백 명과 취재진, 시위대 사이에 고성이 터지며 현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360도 영상을 활용한 국내 언론의 첫 저널리즘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최선영 서울디지털대 미디어영상학부 초빙교수는 한 개의 영상을 몇 번 되풀이해 볼 만큼 결정적 순간의 현장 리액션이 다양했다시청자가 관점을 선택해 하나의 사건을 다각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필자도 이 VR의 가치는 보도 가치가 현저한 주제를 독자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제공했다고 믿는다. 그간 전통 언론이 재단하고 취사선택한 소위 야마[각주:3]를 독자의 몫으로 돌려줬다는 의미도 컸다. 기존 보도 화각은 경찰에 끌려가는 한 위원장에게만 집중한다. 하지만 뉴스래빗VR은 상하좌우 이면에 버려져 있던 취재진의 욕설, 전경대의 안간힘, 시위대의 고성 등 현장성이 폭발하는 보다 다양한 장면을 독자 스스로 선택해 소비할 수 있었다. 아무 여과없는 현장 그대로의 날 것을 뉴스로 제공할 때 독자의 참여와 관심은 더 컸다. 이 같은 강점을 살려 이후 뉴스랩은 아들에 죄책감 없어요?잔인했던 부천 현장검증, 가장 추운 날어쩌면 가장 따뜻했던 소녀, ‘360도로 보는 총선 3부작 등 현장성이 도드라지는 VR보도물 십여 편을 잇따라 선보였다.

 

 

#국내언론의 VR 활용, 저널리즘과 분리되면 안돼

 

새로운 콘텐츠 실험이 온라인 뉴스로 활발히 연계되지 않으면 디지털 미디어 혁신이라는 외침은 공허하다고 믿는다. VR이 아무리 산업적 각광을 받는다고 한들, 언론의 숙명인 보도적 가치의 발견, 그리고 저널리즘의 확장과 외따로[각주:4] 놓인다면 그건 남의 잔치일 뿐이다. VR을 향한 국내 언론의 고민의 방점이 ‘VR’이 아닌 ‘VR뉴스에 찍히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KPF톡 69호(2016년 6월호)




  1. 특별한 사랑을 받는 사람 [본문으로]
  2. 어떤 일에 들인 노력의 가치를 숫자로 나타낸 것 [본문으로]
  3. 기사의 주제나 핵심을 뜻하는 단어로 기자들 사이에서 은어로 사용 [본문으로]
  4. 홀로 따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