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보다 거짓이 편한 세상: 가짜뉴스와 행동심리의 함정

2025. 8. 13.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정대영(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나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하고
생산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부작용 또한 커졌다.
그중 가짜뉴스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보 환경과 정치적 의사결정, 사회적 신뢰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핵심적 변수로 작동하는 가짜뉴스.
대중은 왜 그에 주목하며,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정부가 실제 확진자 수를 고의로 축소 발표하고 있다”는 식의 의혹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다. 확진자 동선이 누락되었다거나, 병상 상황이 조작되었다는 주장은 각종 음모론을 낳았고, 심지어 방역당국의 공식 발표보다 이러한 비공식 정보가 더 ‘진실에 가깝다’는 인식을 퍼뜨리기도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보건복지부는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수차례 정정보도와 해명을 했지만, 이미 퍼진 의심과 불신은 쉽사리 걷히지 않았다. 이러한 불신은 단지 감정적 거리감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마스크 착용, 자가격리, 백신 접종 등 중요한 공중보건 정책에 대한 국민의 행동을 변화시켰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한 ‘정보 오류’가 얼마나 강력한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짜뉴스1)는 결코 가벼운 해프닝이 아니며, 정보 환경과 정치적 의사결정, 사회적 신뢰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핵심적 변수로 작동한다. 가짜뉴스는 정보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인간 심리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 사회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확증편향과 동기화된 추론

 

가짜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설명하는 핵심 심리 요인 중 하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이는 개인이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접할 때 심리적 안정을 느끼고, 반대되는 정보에는 불편함이나 반감을 느끼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성향은 정보의 선택과 소비에 강하게 작용하여,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내용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예컨대 진보 성향의 사람은 진보적 관점을 지닌 뉴스를 선호하고, 보수 성향의 사람은 보수 매체에 더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동일한 사건이나 정책도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상반된 해석으로 소비되며, 이는 사회적 인식의 단절과 갈등을 심화시킨다.

 

확증편향은 단순히 개인의 인지적 성향에 머물지 않는다. SNS 플랫폼의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 팔로우 구조, 관심 기반 피드 등은 이러한 편향을 사회적 차원에서 더욱 증폭시킨다. 플랫폼은 사용자의 클릭과 반응을 학습하여 점점 더 익숙하고 편안한 콘텐츠만을 노출하며, 그 결과 사용자는 다른 관점을 접할 기회를 점차 상실하게 된다. 결국 반대 의견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차단과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여기에 더해지는 심리 작용이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다. 이는 사람들이 정보를 해석할 때 감정, 이해관계, 가치관 등에 따라 특정 방향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결론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동일한 통계나 영상을 접하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확증편향이 어떤 뉴스를 볼 것인가에 관한 ‘선택’의 문제라면, 동기화된 추론은 해당 뉴스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한 ‘수용’의 문제다.

 

물론 사람들은 단지 감정에 따라 정보를 소비하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정치·경제적 판단을 하려는 경향도 지니고 있다. 개인은 이처럼 ‘정확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합리적 선호’와 ‘확증편향과 동기화된 추론에 따른 행동심리적 선호’ 사이에서 뉴스를 선택하고 소비하게 된다. 전자가 우세할 경우 비교적 정확한 뉴스를 선택하게 되며, 후자가 지배할 경우 자신의 입맛에 맞는 ‘편안한’ 뉴스를 선택하게 된다. 문제는 오늘날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후자의 행동심리적 요소를 더욱 자극하여, 가짜뉴스를 더 매력적인 콘텐츠로 만든다는 점이다. 누구도 ‘가짜’이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짜뉴스가 가진 특정 특성이 독특한 미디어 환경을 발판 삼아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인식되게 되는 것이다.

 

기술과 플랫폼: 구조적 증폭 메커니즘

 

디지털 시대의 정보 유통 구조는 가짜뉴스 확산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과거에는 언론사 편집국이 정보를 선별·검증하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오늘날 소셜미디어에서는 정보의 유통이 극도로 탈중앙화했고 그 속도 또한 매우 빨라졌다. 누구나 뉴스를 생산하고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으며, 클릭 한 번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사실 여부는 뒷전이 되고, 사용자 반응이나 ‘좋아요’, ‘댓글’ 등 참여 유도 여부가 콘텐츠 가치의 주요 지표가 되었다. 가짜뉴스라 할지라도 반응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생산·유통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인터넷 포털이 뉴스 유통의 중심에 있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은 뉴스, 블로그, 카페 게시물을 혼합해 노출하며 뉴스의 정의와 경계를 흐리고 있다. 소비자는 어떤 정보가 언론 기사이고, 어떤 것이 개인의 주장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자극적인 제목과 이미지를 가진 콘텐츠일수록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하며, 이는 다시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확산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플랫폼은 사용자의 클릭, 체류 시간, 반응 패턴을 분석하여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콘텐츠만을 보여준다. 이렇게 형성된 ‘필터 버블(filter bubble)’과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는 정보 다양성을 제한하고, 사용자를 점점 더 자기 확신의 방 안으로 가두게 된다. 소비자는 행동심리적 선호에 따른 선택을 강요받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소비자가 이 강요된 틀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과연 합리적 선호에 기대어 선택할 수 있을까? 문제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뉴스 콘텐츠의 평균적인 질이 급속히 하락했다는 점이다. 많은 콘텐츠 생산자가 생산 비용이 낮고 사실 검증의 책임이 불분명한 가짜뉴스 제작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이미지 하나, 감정적인 문장 몇 줄, 짧은 자막 영상만으로도 손쉽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뉴스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합리적 선호에 따라 뉴스를 선택해도 얻을 수 있는 기대 효용이 현저히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결국, 아무리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해도,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선택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는 뉴스 소비가 합리성보다는 행동심리적 선호에 지배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왜 정보는 제도보다 중요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거로 대표를 뽑는 정치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시민들이 합리적이고 정보에 기반한 판단을 통해 공공의 의사결정을 만들어가는 집단적 사고 체계이자 사회적 인프라이다. 그 핵심에는 ‘정보의 질’이 놓여 있다. 시민은 정확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을 판단하고, 후보자를 선택하며, 공공 문제에 대한 의견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 정보가 왜곡되어 있다면, 민주주의의 의사결정 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는 바로 이 지점을 치명적으로 파고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접한 정보가 거짓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이를 바탕으로 투표·토론하고, 사회적 결정을 내린다. 그 결과는 단지 잘못된 판단이 아니라, 공공 이성의 붕괴, 사회적 분열의 심화, 정치적 혐오의 일상화라는 구조적 위기로 이어진다.

저널리즘은 민주주의의 핵심 인프라다. 그것은 단순히 사건을 보도하는 것을 넘어, 사실을 선별하고, 공적 논의의 장을 설계하며,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즉, 저널리즘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언론은 상업화·정치화·기술화라는 세 가지 압력 속에서 그 기능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의 언론은 역사적으로 정치권력과의 유착, 재벌 중심의 자본 소유 구조, 언론사 간 과도한 경쟁이라는 삼중 굴레에 놓여 왔다. 이러한 구조는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약화시켰고, 시민들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바로 유튜브 기반의 1인 미디어, 블로그 기반의 대안 담론, 정체가 모호한 ‘시사 해설 콘텐츠’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전통적 저널리즘의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진실을 말하는 진짜 언론’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데 있다. 그 결과, 팩트가 아닌 ‘정서적 공감과 감정적 동의’가 진실을 대신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위협한다. 정보가 신뢰를 잃으면, 공적 논의는 무의미해지고, 사회적 대화는 대립과 혐오로 대체된다. 결국 정치 담론은 생산성을 잃고, 정책 결정은 포퓰리즘(populism)에 휘둘리며, 다수의 감정에 의해 여론이 좌우되는 상황이 빈번해진다.

 

진실을 지키는 세 가지 축

 

가짜뉴스의 확산은 단순한 정보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구조와 심리, 기술적 생태계 전반과 얽혀 있다. 따라서 대응 역시 다차원적이어야 한다.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 각각의 책임과 역할이 명확히 정립될 때 비로소 건강한 뉴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1. 뉴스 생산자의 책무: 윤리를 회복하라

첫째, 언론과 콘텐츠 생산자는 저널리즘의 윤리와 사명을 회복해야 한다. 사실 확인과 출처 명시, 맥락 설명, 균형 보도, 반론권 보장 등 기본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단순한 클릭 수와 트래픽 중심의 기사 생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선거, 재난, 보건, 외교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속보 경쟁보다 사실에 기반한 책임 보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언론은 단지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로서 사명을 지닌 기관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언론사 내부적으로도 팩트체크 전담 부서, 오보 정정 절차의 투명성, 기자 윤리 교육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취재 윤리 강화를 위한 독립적인 감시 기구의 실효성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2. 유통 플랫폼의 책임: 알고리즘을 공개하라

둘째, 콘텐츠 유통을 책임지는 포털과 SNS 기업들은 더 이상 ‘기술 중립자’라는 명분 뒤에 숨을 수 없다. 그들의 알고리즘은 특정 정보의 노출 빈도를 결정하고, 사용자의 인식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구조는 곧 사회적 책임을 수반한다. 따라서 이들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 알고리즘 작동 원리의 부분적 공개

- 가짜뉴스에 대한 사전 경고 시스템 도입

- 신뢰도 높은 언론의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 도입

이는 단지 규제 차원이 아니라, 플랫폼이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은 윤리적 책임을 인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3. 시민의 자각: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감시자로

셋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정보 소비자인 시민의 자각과 성장이다. 시민은 더 이상 ‘수동적인 정보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정보 판단자이자 감시자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지 언론 소비 기술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 감정 절제, 출처 확인, 맥락 이해 능력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은 습관이 필요하다.

- 정보의 출처 먼저 묻기

- 감정을 자극하는 정보일수록 한 번 더 멈추고 검토하기

- 확증편향을 경계하며, 나와 다른 의견도 의도적으로 접하기

-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특히 미디어 리터러시는 이제 교양이 아니라 생존 기술이자 민주 시민의 핵심 역량이다. 초·중등 교육과정에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포함시키고, 성인 대상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유권자 교육, 지방 선거 캠페인, 지역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 차원의 미디어교육 생태계도 구축할 수 있다.

 

진실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

 

가짜뉴스는 단순히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심리, 사회구조, 그리고 기술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사회를 움직이는 하나의 ‘서사적 무기’로 기능한다. 때로는 선동의 도구가 되고, 때로는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한 조작의 수단이 되며, 결국에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위협한다.

 

진실은 언제나 복잡하고 불편하며,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반면 가짜뉴스는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위안이 되기에, 사람들은 종종 진실보다 ‘믿고 싶은 이야기’를 택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 위에서 작동하며, 그 진실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는 저널리즘과 시민이다.

 

결국 가짜뉴스와의 싸움은 새로운 진실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왜곡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지켜내려는 우리의 의지와 태도에서 시작된다.

 

 

 

 

 


1) 이 글에서 '가짜뉴스.(fake news)'는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를 담고 있으며, 뉴스 형식을 띤 글이나 영상을 의미한다. 이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포함하더라도 정보 조작의 의도가 없었던 '오보(misreport)'와는 구분된다. 가짜뉴스의 정의 및 오보, 허위정보(disinformation) 등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정대영 저, 《가짜뉴스와 민주주의: 팬데믹의 시대에 인포데믹을 고민하다》 (소명출판, 2022) 1장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