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 의심하고 삐딱하게 본다는 건

2025. 8. 20.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모더레이터 김세진(인천신정초등학교 교사) /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해 아티스트 스텔라장과 협업해
‘지구는 평평’이라는 곡을 선보였다.
이 곡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초등교사이자 미디어 연구가이기도 한 김세진 교사가
곡의 작사·작곡을 맡은 스텔라장을 만나 확인해 보았다.
 

 

안녕하세요, 오늘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스텔라장님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전해주고 있는데요, 저를 비롯한 《미디어 리터러시》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지구는 평평’이라는 곡을 중심으로, 창작자로서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하신 생각과 메시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이 곡은 제가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듣고 이야기 나누며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오늘은 아이들의 반응과 질문도 함께 나누며 대화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구는 평평’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Q.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협업한 ‘지구는 평평’은 기존의 대중가요와 달리, 교육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이기에 처음 제안을 받으셨을 때 고민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생각 끝에 참여를 결심하게 되셨는지,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외부 의뢰를 받아 작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경우 아무래도 제 곡과는 니즈가 다를 수 있는데, 이 작업은 키워드를 전달받자마자 제가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좀 ‘삐딱한’ 편인데(웃음) 점점 제 앨범에서 그 삐딱함을 덜 드러내는 것 같았거든요. 사회적인 나이도 있고 실제로 그런 에너지가 점점 줄어든다고 할까요. 그래서 어찌 보면 좀 더 날것 같은 작품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죠. 줄어든 ‘삐딱함’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워낙 관심이 많던 주제였어요. ‘지구는 평평’, ‘아니 땐 굴뚝’ 같은 키워드를 언젠가 써먹어야지 하고 미리 써놨거든요. 사실과 상관없는 소문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은 주변에서 흔히 보잖아요. 그렇게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말들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상황을 정말 싫어하는데, 마침 ‘미디어 리터러시’ 라는 주제로 제안을 주셔서 바로 수락하게 되었죠. 외부 작업을 하다 보면 나노 단위로 수정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재단에서 핵심 키워드를 주신 것 외에는 창작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해 주셔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Q. 말씀대로 자율성이 보장되어 더욱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구는 평평’은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강렬하고 유쾌한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한 학생은 “지구는 평평하다는 이상한 말로 노래를 만든 게 신기하다”라며, 왜 그런 표현을 사용했는지 궁금해했어요. 제목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실까요?

 

A. 그 친구는 ‘지구 평평론’을 모르는군요(웃음). 원래 ‘지구는 평평’을 제목으로 쓸 생각은 아니었어요. ‘너의 지구는 평평한가 보네’ 이런 식으로 그런 가사를 쓰려고 했는데 결국에는 제목이 되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건 댓글이었어요. ‘스텔라장님도 지구 평평론을 믿고 계시다니 저희 쪽이었군요.’ 이런 댓글이 달리며 양편으로 나뉘어 마구 논쟁을 벌이시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며, 그런 갈등의 모습마저도 이 곡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곡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한 부분이라고 느꼈어요. 원래 프로젝트 제목이 ‘의심송’이어서 그대로 ‘의심송’도 끝까지 제목으로 고민하던 후보 중 하나였습니다.

 

Q. 아이들이 이 노래를 몇 번 듣고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더라고요. 여러 가사 중에서도 “킹리적 갓심”, “사실확인 외않헤” 같은 위트 있는 표현도 눈에 띄었는데요. 이러한 가사 안에 담고자 하신 의도나 메시지가 있을까요?

 

A. ‘킹리적 갓심’은 재단으로부터 받았던 키워드 중에 있었어요. 물론 꼭 넣어달라고 하신 건 아니었어요. 제 곡을 작업할 때는 유행어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너무 시대성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지구는 평평’은 이 시대를 반영하는 곡이기도 하니 ‘킹리적 갓심’을 그냥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는 특히 맞춤법에 민감한 편이에요. 책이나 뉴스처럼 (기본적으로 맞춤법을 지켜야 하는 매체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 맞춤법 검사기를 한 번만 돌려봐도 금방 잡힐 오타인데, 왜 그런 오타를 그냥 넘기는 걸까요? ‘외않헤’는 그런 의문을 약간은 삐딱한 시선으로, 반어적으로 표현한 가사예요.

 

 
가수, 창작자로서 스텔라장

 

Q. “가짜가 많아 BUT 잘 보면 알아”라는 가사에 대해 한 아이는 ‘가짜뉴스를 비판하는 노래구나’라고 느꼈다고 했어요. 스텔라장님께서는 실제로 직업상 정보 왜곡이나 루머와 관련된 경험이 있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A. 제가 6개 국어를 한다는 게 대표적인 가짜뉴스 사례죠. 그 외에도 제 주변에는 심한 가짜뉴스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요. ‘6개 국어’는 가짜뉴스지만 어쨌거나 더 좋은 쪽으로 포장을 해줬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반대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이를테면 어느 연예인이 누군가에게 무슨 피해를 줬다는 기사가 떴어요. 그 사람이 직접적인 저의 지인은 아니더라도 지인의 지인이라서 실상을 알고 있는데, 막상 기사화되는 걸 보면 교묘하게 진실이 허구와 섞여 있죠. 사람들은 기사만 보게 되니까 진실을 모르고 한쪽이 잘못했다고 믿어요. 그런 걸 보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가 퍼져 있고, 우리가 거기에 얼마나 휘둘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론을 몰아가기 쉬운 세상이죠. 음악 분야도 마케팅 방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어요. 음악 방송에 출연하기보다 SNS 홍보를 더 많이 한다던가 아예 홍보 채널에 비용을 지불하고 게시물을 올리는 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고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실제와 가상의 간극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특정 사람의 게시물이 계속 올라오는데 실제로 인기가 있어서인지, 그걸 통해 인기를 올리려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뭐든 잘 믿지 않고 될 수 있으면 잘 안 보려고 노력해요.

 

Q. 말씀 듣고 공감이 많이 됩니다. 요즘 아이들 또한 SNS 속 ‘보여지는 나’를 만들고 이미지 관리를 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요, 사람들에게 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런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A. 저는 SNS가 어느 날 갑자기 전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렇게 되면 세상이 훨씬 살기 편해질 것 같아요.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가 있어요. 거기에 나오는 SNS 창업 멤버 중에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한다는 사람도 있어요. 이렇게까지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지 상상하지 못했던 거지요. 특히 청소년 우울증 문제를 얘기하곤 하는데, 비교 대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도 영향이 있다고 봐요. 예전에는 비교 대상이 그 우리 학교, 우리 동네였다면, 지금은 세계 최고와 비교하는 셈이잖아요. 상위 1%와 나를 비교하려니 상대적 박탈감이 얼마나 크겠어요. 어디선가 봤는데 SNS를 보며 불행하다고 느낄 필요가 없다고, 남들의 하이라이트를 나의 백스테이지와 비교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전적으로 공감해요. 그래서 저는 SNS는 가급적 안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청소년들이라면 최대한 늦게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SNS상의 나에게 달리는 좋아요, 댓글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건 실제의 내가 아니니까요.

 

Q. 스텔라장님께서도 유튜브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직접 메시지를 전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창작자 혹은 1인 미디어의 주체이자, 콘텐츠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시는 유튜브나 SNS에 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저는 무엇에나 흥미가 금방 떨어지는 스타일이에요. 유튜브도 초반에는 엄청 열심히 하다가 점점 올리는 빈도가 줄었어요.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콘텐츠 하나가 잘 돼서 구독자가 많아진 케이스라서 구독자의 충성도가 그렇게 높은 채널은 아니에요. 본업이었다면 구독자를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아카이빙 개념으로 접근해 편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SNS도 다양하게 했지만, 초반에 시작했다 이후 잠적하곤 했지요. 그런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틱톡 등 채널마다 오디언스가 다른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는 계속 게시물을 올리고 있는데 틱톡에 게시물이 없으면 왜 안 보이냐는 식의 댓글이 달려요. 이런 걸 보면 결국 자신이 보는 세상만 보게 되는구나 싶어요. 확증편향이 심해지는 거지요. 미국에서는 어떤 주에서 구글에 검색하느냐에 따라 그 뒤에 붙는 추천 키워드가 달라진다고 해요. 유튜브 알고리즘도 같다고 볼 수 있죠. 이제 국민 연예인의 시대는 갔다고, 더 이상 국민 MC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들 해요. 이 사람 진짜 유명해! 300만 구독자야 너 알아? 해도 금시초문인 경우도 너무 많죠. 이제 ‘유명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경계의 규모가 작아진 것 같아요. 디지털의 발달로 정보의 바다가 넓어졌다고 하지만 막상 더 좁은 세상에 사는 게 아닌가 싶어요.

 

Q. 말씀 듣고 보니 알고리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요즘 저는 정치적인 이슈를 많이 접하다 보니 제 알고리즘이 온통 그런 주제로 집중되어 있어요. 그게 싫어 삭제 기능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최근 스텔라장님의 알고리즘은 어떤 영상이 많은가요?

 

A. 혹시 <보다>라는 채널 아세요? 한동안 <과학을 보다>를 열심히 봤어요. 제가 라이트 유저라 구독 채널이 그리 많지 않은데, 이 채널에서 유익한 지식을 많이 얻었어요. 그리고 얼마 전 호주에 스케줄이 있어 다녀왔는데, 갑자기 호주 생태계가 나머지 지구와 다르게 발전한 이유 같은 주제가 떠서 보게 되었죠. 이수지님도 되게 많이 나와요. 제가 너무 좋아해서요. 그리고 지금 찾아보니 이런 게 나오네요. ‘정신과 의사가 고양이를 키우면 벌어지는 흥미로운 일’…. 고양이, 역사 관련된 게 최근에는 많이 나와요.

 

Q. 호주 다녀오신 이야기를 들으니 해외 경험이 자연스레 떠오르네요. 프랑스에서 유학하셨다고 들었는데 프랑스에서 유학하시면서 문화 차이를 느끼신 적이 있으신가요?

 

A. 제가 프랑스에 있던 시기에는 아직 스마트폰 보급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어요. 한국에서 다 스마트폰 쓸 때인데도 2G폰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았죠. 제가 귀국하던 시점까지만 해도 프랑스는 아날로그적이었어요. 휴대폰을 해지하려면 서면으로 해야 하고 많은 일들이 인터넷으로 안 되고 직접 가야 했어요. 디지털화되지 않은 일들이 아주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지하철을 타면 책 읽는 사람이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중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한국에 들어오면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 사람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작년 파리올림픽 때 가보니 요즘은 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더라고요.

 

Q. 요즘 아이들은 독서, 글보다는 유튜브나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을 접하며 미디어 생산자, 크리에이터로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곤 하는데요. 이처럼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아이들에게, 창작자로서 전하고 싶은 응원이나 조언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잘 다녀요.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고 그게 좋거든요. 사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연예인이 되는 건 전혀 제 꿈이 아니에요. 요즘은 중학생만 돼도 인플루언서가 되고 아이돌로 데뷔하곤 하니 또래 입장에서는 화려해 보이고 부러울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에겐 조언한다 해도 ‘어른이 뭘 알아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소크라테스의 말인데요, “네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돼라(Be as you wish to seem)”예요. 그러니까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여지고 싶으면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거지요. 운동을 안 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만 보이고 싶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반대로 나는 운동을 안 하니까 운동을 안 하는 사람처럼 보여지는 건 상관이 없잖아요.

 

Q. 최근에 발표하신 곡 ‘워크맨’을 들으며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하신다고 느꼈어요. ‘빨리빨리’를 외치는 시대에 묘한 불편함과 반감이 있다고 표현하셨더라고요. ‘지구는 평평’도 천천히 깊이 있게 고민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연관성이 있을까요?

 

A. 아마도 저의 삐딱한 성향과 궤를 같이하는 것 같아요. 다 빨리 가니까 그러기 싫다는 심리도 있고요. 더불어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기원전 수메르 시대 점토판에도 ‘요즘 애들 버릇이 없다’라고 적혀있었다고 하지요. 요즘은 제가 점점 옛날 사람이 되어 ‘요즘’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MZ로 묶지만, 저는 밀레니얼 세대고 젠지 감성은 진짜 모르거든요. 사람은 점점 본인이 생각하기 편하고 익숙한 것에 고착하는 방식으로 늙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사고가 열려 있고 남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렇지 못한 어른들을 굳이 ‘꼰대’라고 비난할 필요도 없어요. 제가 결국 그 길을 똑같이 밟고 있거든요. 누군가가 제가 어렸을 때와 다르게 행동하는걸 보고 거슬릴 때 나도 이제 꼰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그들에게 관대해지는 게 아니라 어른들한테 관대해져요. 지금 어린 친구에게 백번 천번 얘기해도 본인들이 직접 겪기 전까지는 완전히 와닿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지구는 평평’이 청소년들을 비롯한 대중에게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보다 하나의 의문을 던지고 기억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가, 스며들 듯 일상에 반영되면 좋을 것 같아요.

 

디지털 시대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법

 

Q.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가수들의 목소리를 모방한 콘텐츠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아티스트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A. AI 스텔라장이 부른 노래 컨텐츠를 본 적이 있어요. 요즘은 ‘AI ○○이 부른 노래’가 많죠. 그런데 가수 입장에서는 ‘이게 괜찮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허락 받고 만드는 것들이 아니잖아요. 누군가 내 목소리를 사전 동의 없이, AI에 학습시켜 멋대로 사용한다는 것에 반감이 있어요. 저보다 노래를 잘 해서 저를 대체할 수도 있잖아요. 내가 죽었는데 내 목소리가 살아 다른 노래를 부른다는 건 상상하고싶지 않아요. AI가 발달하면서 예상되는 문제들이 많아, 저는 아날로그에 매력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Q. 요즘 미디어 환경에서는 자극적인 정보가 더 주목받는 것 같아요. 교사로서 저도 아이들이 이런 콘텐츠에 노출되며 혼란을 겪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는데요. 그런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구는 평평’이라는 곡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지요. 얼마 전 만우절에 올라왔던 콘텐츠가 생각나는데요. 제가 요새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있거든요. 스쿠버 다이빙 채널에 만우절 장난이 눈에 띄었어요. 수면 아래로 30m 이상 내려가면 압력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도 달걀이 삶아진다는 내용이었죠. 정말 말이 안 되는데 영상을 너무 진지하게 잘 만들어서 설득당할 뻔했어요. 당연히 가짜였고요. 또 다른 예로, 부동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임장을 가라고 얘기들을 하지요. 아무리 매물이 좋아 보여도 실제로 낮에, 밤에도 가보고, 동네도 돌아봐야 한다는 거지요. 영상 콘텐츠가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말, 누군가가 올린 영상을 그대로 믿기보다 가급적 의심하고, 확인하고, 무엇보다 몸으로, 직접 많이 겪었으면 좋겠습니다. 

 

Q. 노래는 교육 현장에서 자주 활용되는 매체인데요, 이 곡도 그만큼 교육적으로 활용 가치가 크다고 느껴졌습니다. 저 또한 이 노래를 활용해 6학년 아이들과 활동하였는데요, (아이들과 함께한 ‘지구는 평평’ 활동 보여준 뒤) 아이들이 이 노래를 활용해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창작자로서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 노래를 활용할 교사, 학부모, 학생들 혹은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전하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와 정말 대단해요! 저는 어떤 노래든 영상이든 창작과 편집에 들어가는 그 수고로움을 너무 잘 아니까요. 어린 친구들이 영상을 찍고 또 찍고 노래를 틀어 놓고 박자에 맞춰 계속 동작을 맞추고 편집 툴을 열어 박자에 맞춰서 뭐 당기고 자르고…. 그렇게 했을걸 생각하면 진짜 보통 일이 아닌데 너무 대단한 친구들이네요. 정말 장래가 촉망돼요! 한 가지 노파심은 어린 친구들에게 너무 세상에 대한 의심만 품게해 준 게 아닐까 싶네요. 그럼에도 세상은 아주 멋진 곳이고, 여러분이 있어 더 기대됩니다!라고 말해 주세요.

 

김세진 인천신정초등학교 교사와 육십계치킨(6-10)반 학생들 (출처: 필자 제공)

 

Q. 일상적인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내시는 스텔라장님이 사회적인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녹여내 주시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앞으로 다루고 싶은 사회적 주제나 구상 중인 프로젝트가 있으시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많아요. 그러나 딱히 제가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입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그것이 아티스트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보는 분들도 계시지만요. 평소 제 생각이 은연중에 쓰는 가사나 음악에 드러날 수는 있겠지만 그냥 대놓고 어떤 바를, 나는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앨범을 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대개는 평범한 관심사를 곡에 담곤 하죠. 요즘은 스쿠버 다이빙을 열심히 하다 보니 바다에 대한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바다에 대한 곡을 쓰면 자연적으로 이 바다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환경보호 측면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죠.

 

‘지구는 평평’은 단순히 교육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을 넘어, 스텔라장의 삐딱한 시선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 리터러시 캠페인이 만나 탄생한 날것의 시도이자 실험이었다. 그리고 그 실험은 교실과 온라인, 댓글창, 그리고 일상 곳곳에서 각자의 고민과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아직 ‘지구는 평평’을 듣지 않았다면, 한 번쯤 들어보기를 권한다. 지금 당신이 접하고 있는 정보가 진짜인지, 진짜처럼 보이는 거짓인지, 그 경계 어디쯤에 놓여 있는지를 스스로 묻게 될 테니까. 이 노래는 국내외 주요 음원 플랫폼 어디에서나 감상할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스텔라장과 함께 ‘지구는 평평’ 시즌2를 기약했다. 다음 챕터에선 또 어떤 삐딱한 질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 본다.